앞으로 딱 3년 후 까지만 미리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보다 더 이후는 굳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10년 뒤를 생각할 수 없다. 하지도 않는다. 딱 3년 뒤까지만 미리 생각한다. 그 정도만 고민한다. 어차피 인생은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너무 먼 미래를 일찍 생각해두면 나중에 허무할 것 같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5년 후, 10년 후, 20년 후를 계획했지만 계획대로 된 건 단 하나도 없다. 사실 3년도 너무 멀다. 그래도 상상해보자. 3년 뒤면 나는 유럽여행을 다녀와 책을 읽다가 복학한 5학년 대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이후는 나도 모른다. 딱 여기까지다. 뭘 하든 공사가 다망한 젊은이이기 때문에 괜찮다, 라고 맘 먹고 하고 싶은대로 산다. 엄마가 그거 좋다며 응원해줬다. (18. 1. 19.)
심지어 이것도 틀렸다. 2021년 1월 19일엔 5학년 대학생이 아니라 대학원 준비 중인 수료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19. 2. 5.)
또 틀렸다. 2021년 1월 19일엔 노동조합 상근자 10개월차가 되어 있다. 대학은 아직 졸업 못했다... 진짜 인생은 내 맘대로는 커녕 예측도 안되는구만~ (20.10.4.)
2021년 1월 19일엔 엘지트윈타워 로비 농성장에 있었다. 이제 딱 10개월차 됐다. 여전히 어리버리 활동가.. 언제 2021년이 됐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2달이 지났다니 말도 안된다. (21. 2. 12.)
2022년 1월 19일엔… 뭔가 일정이 있었겠지. 나는 22년 4월로 서울지부 상근 2년차가 됐다. 여전히 충분히 내 몫을 못하고 있어 조급하다. 갈 길이 멀다. 3년 뒤를 다시 상상해보기로 했다. 2025년 5월이라.. 4년 전만 해도 3년 후가 멀어보이지 않았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도 멀어보이는지, 3년 뒤에 확실한 것은 내가 28살이 된다는 것이다. ㅋㅋㅋ 음.. 그리고 가능하면 서울지부 상근 5년차였으면 좋겠다. 그때는 좀 더 게으르지 않고 성실한 활동가였으면 좋겠다. 안식휴가로 유럽도 다녀온 뒤면 정말 좋겠다! (22. 5. 6.)
이제는 3년 뒤가 좀 더 선명하다. 나는 3년 뒤에도 노동조합 활동가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20대이다. (23.10.10.)
2년 전의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나는 4년차가 되자마자 안식휴가로 엄마아빠언니랑 유럽에 다녀왔고 어느덧 2024년도 두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 잘 하고 있는 건지 조금은 성장한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는 스물여섯살이 저물어간다. (24. 10. 16.)
2년 전에 쓴 웃긴 일기
2020. 10. 4. 18:33